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13. 구상나무 (Abies koreana)

초록사유 2025. 5. 30. 21:38

13. 구상나무 (Abies koreana)

솔방울의 색이나 모양이 특이한 침엽수 중에 구상나무가 있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나무라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문명에서 알 수 있듯 이 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종이에요.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연히 소중하고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

 

구상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구상나무는 소나무과 전나무속에 속하는 상록 침엽 교목이에요. 보통 높이 10~18m 정도까지 자라고, 줄기 지름은 50cm 안팎으로 중간 크기의 나무에 속합니다. 줄기에서 가지가 수평으로 퍼지며 위로 살짝 올라가는 구조라 전체 수형이 예쁜 원추형으로 보이지요. 그래서 해외에서는 이 나무를 소형 크리스마스트리로 개량해 실내용으로도 활용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한라산 고지대처럼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자생합니다. 눈과 습기에 잘 견디고, 여름 고온에는 약한 특성이 있어 중북부의 도심에서는 보기 어렵고, 고산지대에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나무입니다.


수형과 줄기, 가지의 특징

구상나무는 전체 수형이 원추형으로 단정하게 잡혀 있고, 가지 배열이 매우 정돈되어 있습니다. 가지는 줄기에서 수평 혹은 약간 위쪽으로 벌어지며 촘촘하게 달리는데, 끝이 살짝 올라가 있어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줍니다. 줄기는 회갈색이며, 어린 나무의 껍질은 매끈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비늘처럼 갈라지는 형태로 변합니다.


 잎의 구조

구상나무의 잎은 길이 1~2.5cm 정도로 짧고 납작한 주걱 모양의 바늘잎이에요. 끝은 뾰족하지 않고 살짝 둥글거나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라서 손으로 만져도 부드럽고 자극이 없습니다. 길이는 1~2.5cm 정도이고, 끝은 약간 둥글거나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요. 또 줄기에는 마주나기로 배열되는 것처럼 보이지만,실제로는 나선형으로 줄기를 감싸듯 배열되어 있어요.
잎자루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잎이 가지에 딱 밀착되어 있는듯한 느낌이에요. 이런 정돈된 배열 덕분에, 전체적으로 잎이 가지를 감싸듯 덮고 있는 모습이 단정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잎 뒷면에 있는 하얀 기공선이에요.잎 표면의 진녹색과 대비되는 뒷면의 백색 줄무늬는 숨구멍이 집중된 부분인데 잎을 살짝 뒤집어보면 하얀색의 기공선 두줄이 맨눈에도 뚜렷하게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잎 뒷면이 연두색인 주목이나 전나무와도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지요.

 


꽃과 열매(구과)의 특징 

구상나무는 5~6월경 꽃이 피는데, 침엽수답게 화려한 꽃보다는 수꽃과 암꽃이 각각 눈처럼 생긴 ‘구과’ 형태로 구분됩니다. 수꽃은 아래쪽 가지에, 암꽃은 위쪽 가지에 달리지요.
보통 소나무나 가문비나무의 솔방울은 가지 아래쪽을 향해 매달리듯 달리는 형태이지만 구상나무는 솔방울이 위를 향해 곧게 서서 자랍니다. 실편 끝의 돌기가 갈고리처럼 뒤로 젖혀져 있는데  이게 바로 구상나무의 가장 큰 시각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아요.

구과는 처음엔 보랏빛 또는 자줏빛을 띠고, 길이는 4~7cm 정도의 원통형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갈색으로 변하면서 성숙하게 되고, 10~11월쯤이면 구과가 터지면서 날개 달린 씨앗들이 흩어집니다. 흥미로운 건 이 구과가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마치 비늘조각처럼 조각조각 부서지며 분해된다는 거예요. 날개 달린 씨앗이 하나씩 밖으로 나오고, 이후 남은 뼈대만 남아있게됩니다.

겨울눈도 수목감별에서 도움이 됩니다. 구상나무의 겨울눈은 끝이 뾰족하지 않고 둥그스름하며 회갈색이고, 비늘처럼 생긴 인편(鱗片)들이 겹겹이 싸고 있어요. 전나무에 비해서는 크기가 작고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줄기 끝에 꼭지처럼 콕 붙어 있어 구분할 수 있습니다

조경에서의 활용 

구상나무의  자생지는 대부분 산지 고지대이고 여름 고온에 약한 성질이 있어 일반적인 조경수로는 다소 까다로운 면이 있습니다. 작고 단정한 수형, 뾰족하지 않은 부드러운 잎, 독특한 솔방울 덕분에 관상 가치도 매우 높은 수종임은 분명하지만 고온에 약하고 평지에서 생육이 어려운 만큼  일반 조경수로는 많이 쓰이지는 않아요. 그래도 보호 수종으로서 개채수를 늘리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계속되어 고산 지역에 식재되고 있다고 합니다.

마무리하며

구상나무에 대해 공부하기 전까지는 이 나무가 우리나라 고유종이라는 사실도, 솔방울이 위를 향한다는 점도 몰랐습니다. 특히 기공선, 구과 모양, 수형 등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나무가 단순히 전나무의 일종이 아니라 굉장히 특별한 수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기후변화로 인해 구상나무 자생지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등 고산 자생지를 언젠가 직접 찾아가 이 특별한 나무를 눈으로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