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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담쟁이덩굴 (Parthenocissus tricuspidata)

초록사유 2025. 6. 6. 18:42

27. 담쟁이덩굴 (Parthenocissus tricuspidata)

얼마 전에 가희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는 한 건물 사진을 보았는데요,
거대한 건물의 벽 전체를 담쟁이가 덮은 것이었습니다.
그 건물의 조경가는 의도적으로 건물 외부의상당 부분을
담쟁이로 덮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각진 건물의 외부를 푸른 식물로 감싸니,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의 모습이 한층 부드럽고 싱그러워져서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었습니다.

담쟁이덩굴은 어떤 식물일까?

담쟁이덩굴은 포도과(Vitaceae)에 속하는 낙엽성 덩굴성 활엽식물이에요.
학명은 Parthenocissus tricuspidata로,
'세 갈래의 잎을 가진 처녀 포도'라는 의미를 갖고 있죠.
이름부터 이미 잎 모양을 알려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 식물은 줄기에서 흡착근을 뻗어 벽이나 기둥, 바위에 달라붙어 자라며,
일반적으로 수직 구조물을 타고 20m 이상까지도 올라가는
강한 덩굴성을 가지고 있어요.

잎은 손바닥 모양처럼 갈라진 형태로,
세 갈래로 뚜렷하게 나뉜 삼출형입니다.
잎 가장자리는 예리한 톱니가 있고, 표면은 광택이 있으며 진녹색을 띠죠.
초여름부터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해
가을이면 전체 벽을 뒤덮을 정도로 울창해집니다.
이 잎은 계절에 따라 색이 아주 극적으로 변해요.
초여름에는 싱그러운 초록빛, 가을에는 붉은색에서 주황, 자주색으로 깊게 물들어요.
이 색 변화 때문에 담쟁이덩굴은
가을철 단풍을 대표하는 수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줄기는 유연하고 길게 뻗지만,
나이가 들수록 목질화되어 단단해집니다.
어린 줄기는 붉은빛이 돌고 털이 약간 있지만, 자라면서 점점 갈색을 띠고
껍질이 생기며, 수년이 지나면 나무처럼 두꺼워져요.
줄기에서 나오는 작은 덩굴손은 끝이 부착판으로 되어 있어,
이 부분이 건물 외벽이나 바위에 착 달라붙게 해줍니다.
이게 바로 담쟁이덩굴을 다른 덩굴식물과 구분 짓는 결정적인 부분입니다.

예를들어 같은 포도과 식물인 미국담쟁이덩굴(Parthenocissus quinquefolia)은
줄기에서 흡착근이 아닌 덩굴손으로 다른 구조물에 감아 올라가요.


꽃과 열매의 특징

담쟁이덩굴은 6월경, 잎겨드랑이에서 작은 꽃이 모여 피는 취산화서를 이룹니다.
취산화서란 중심 꽃이 먼저 피고, 그 주변에서 꽃들이 차례로 피는 꽃차례예요.
꽃은 크지 않고 연한 녹색에서 연노랑빛을 띠며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사실 꽃이 핀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작지만 오밀조밀하게 피어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답니다.

열매는 9~10월경에 성숙하며, 작고 둥근 포도처럼 생겼습니다.
지름은 약 6~8mm 정도로, 익으면 청자색에서 자줏빛을 띠고,
표면에 희끄무레한 분이 낀 것처럼 보입니다.
이 열매는 관상용으로 가치가 있을 뿐, 독성을 포함하고 있어
식용은 금물이에요.
그러나 일부 새들에게는 중요한 먹이가 되며,
겨울까지도 가지에 남아 있어 차가운 계절의 풍경을 완성해줍니다.


서식지와 분포

담쟁이덩굴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하거나 식재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주로 산지, 절벽, 오래된 담장, 학교 외벽 등에서 자라며,
볕이 잘 드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무성하게 퍼집니다.
특히 도시의 오래된 건물 벽면이나 학교, 공공건물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벽을 타고 올라가 외벽을 뒤덮는 특성 때문에 여름철엔 단열 효과도 있다고 해요.


조경에서의 활용

담쟁이덩굴은 생장력이 강하고 어디든 잘 퍼지기 때문에 도시 조경에서도 많이 활용돼요.
특히 담벼락이나 벽체에 식재해 사계절 변화를 느끼게 하며,
여름철 그늘막 역할도 톡톡히 해냅니다.
다른 덩굴식물과 달리 구조물에 해를 거의 주지 않으면서도
외벽 전체를 장식할 수 있어 건물 디자인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일부 공공조경에서는 환경정화나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주목받는 식물이기도 해요.


마무리하며

벽을 타고 오르는 식물 담쟁이덩굴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학교 벽, 오래된 건물 외벽, 심지어 가정집 담장까지.
담쟁이덩굴은 참으로 조용하면서 익숙한 존재로,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요.

어릴때는 그 뿌리가 건물을 약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한 적도 있었는데
그럴 걱정은 없다고 합니다.

담쟁이덩굴에 대해 알아보고 나니
벽을 타는 그 잎 하나하나가 더 이상 익숙한 배경이 아니라,
친근한 주인공으로 눈에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