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35. 떡갈나무 (Quercus dentata)

초록사유 2025. 6. 16. 08:50

35. 떡갈나무 (Quercus dentata)

어릴 적 동네 뒷산에서 따온 큼지막하고 뻣뻣한 나뭇잎으로
소꿉놀이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손바닥보다 훨씬 큰 잎을 소꿉놀이에서 접시로 쓰기도 하고,
 부채 삼아 흔들기도 했죠.
그 듬직하고 푸근한 잎의 주인은 '떡갈나무'였습니다.
가을이면 도토리를 품어 다람쥐들의 겨울 양식이 되어주던 그 나무.
오늘은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떡갈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떡갈나무는 우리나라의 산기슭이나 중턱의 양지바른 곳에서 흔히 자라는
낙엽 활엽 교목입니다.
보통 20m 높이까지 자라며,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랄 만큼 생명력이 강인한 수종입니다.
큼지막한 잎과 굵고 거친 수피, 헝클어진 머리칼같은 도토리 깍지가
떡갈나무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떡갈나무의 잎은 서로 어긋나게 달리지만(호생),
여러 장이 가지 끝에 바짝 붙어서 나기때문에
마치 한곳에서 한번에 모여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참나무과 수종 중 가장 큰 잎을 자랑하는데,
길이는 10~30cm, 때로는 50cm에 달하는 것도 있습니다.
폭도 7~30cm에 이릅니다.

잎 모양은 거꾸로 된 달걀 모양(도란형)이며,
잎 가장자리에는 둥글둥글 커다란 물결 모양의 톱니(파상 거치)가 있습니다.
잎 끝으로 갈수록 잎이 넓대대해지는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잎자루는 1~5mm로 매우 짧거나 거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잎자루가 거의 없는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중, 잎이 넓적한 느낌이고,
거치가 깊지 않고 둥글다 하면 떡갈나무구나 하면 됩니다. 

잎의 표면에는 털이 없지만, 뒷면에는
갈색의 별 모양 털(성상모)이 빽빽하게 나 있어 부드러운 감촉을 줍니다.
잎 두께는 두껍고 뻣뻣한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이 잎으로 떡을 싸서 쪘기 때문에
'떡갈나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꽃과 열매

꽃은 5월에 피며, 암수한그루입니다.
수꽃차례는 새로 난 가지의 밑부분에서 길게 늘어지며,
연한 녹갈색의 작은 꽃들이 꼬리 모양으로 모여 달립니다.
암꽃차례는 가지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2~3개의 암꽃이 달리는데,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열매인 도토리(견과)는 10월에 익습니다.
길이는 1.5~2.7cm, 지름은 1.2~2.2cm 정도의 긴 타원형입니다.
'깍정이'라고 불리는 열매의 받침은 뒤로 젖혀진 길고 뾰족한
비늘 조각(포린)으로 빽빽하게 덮여 있어,
마치 헝클어진 머리카락 같은, 밤송이 모양의 형태를 가집니다.
이 깍정이가 도토리의 절반 이상을 감싸고 있습니다.

수피

어린 나무의 수피는 회갈색을 띠지만,
나무가 자라면서 점차 어두운 회갈색이나 흑갈색으로 변합니다.
수피는 세로로 깊고 불규칙하게 갈라지며,
코르크가 잘 발달하여 매우 두껍고 거친 질감을 보여줍니다.
겨울에도 마른 잎이 가지에 오랫동안 붙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떡갈나무와 비슷한 모양의 신갈나무와는 수피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떡갈나무는 껍질이 회갈색이고 성장하면서 잘게 갈라지는 특징이 있으며,
신갈나무는 회색빛을 띠고 세로로 깊게 갈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무리

우리의 산을 묵묵히 지키는 떡갈나무는,
커다란 잎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이면 풍성한 도토리를 선물하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특히 떡을 찔 때 그 잎을 사용했던 지혜 속에서,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던 우리 조상들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지요. 
 떡갈나무의 이름이 중세국어 ‘덥갈나모’가 변화란 단어라는 말도 있지만,
 그 이름이 '떡을 싸는 갈잎'에서 왔든 아니든     
우리가 느끼는 정겨움이 감소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어린시절의 추억과 선조들의 지혜를 품은 채,
변함없이 산길에서 우리를 맞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