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마가목 (Silvery mountain ash)
36. 마가목 (Silvery mountain ash)
이른 가을에 아파트 단지를 거닐다 보면,
선명한 붉은빛으로 시선을 빼앗는 나무가 있습니다.
봄에는 소담스러운 흰 꽃으로,
여름에는 짙푸른 잎사귀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다
이 계절이 되면서 붉은 열매로 제 존재감을 터뜨리는 나무,
바로 마가목입니다.
최근 텔레비전의 건강식품 광고에서 그 이름이 부쩍 자주 들려오더군요.
무심코 지나쳤던 아파트의 조경수가
우리 몸에 이로운 약재로도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늘 보던 풍경을 새삼 다르게 바라보게 됩니다.
마가목은 장미과(Rosaceae)에 속하는 낙엽 활엽 소교목입니다.
보통 높이 6~8m, 때로는 10m까지 자라며,
고산지대에서는 2~3m의 아담한 관목 형태로 자라기도 합니다.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덕분에
조경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마가목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재미있습니다.
봄에 돋아나는 새순이 마치 말의 이빨처럼 힘차게 돋아난다고 하여
'마아목(馬牙木)'이라 불리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마가목'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렇듯 이름 하나에도 우리 선조들의 세심한 관찰력과
자연을 향한 애정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꽃과 열매
5~6월이 되면, 가지 끝에서 자잘한 흰색 꽃들이 뭉쳐서 피어납니다.
지름 8~12cm 크기의 복산방꽃차례(겹산방화서)를 이루는데,
이는 마치 흰 눈이 소복이 쌓인 듯한 모습을 연출합니다.
각각의 꽃은 지름이 약 8~10mm이며,
5장의 둥근 꽃잎과 5개의 꽃받침 조각,
그리고 약 20개의 수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꽃에서는 제법 향기가 나 벌과 나비를 유혹합니다.
마가목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열매입니다.
꽃이 지고 난 자리에 콩알만 한 둥근 열매가 열리는데,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점차 노란색,
주황색을 거쳐 9~10월에는 선명한 붉은색으로 익어갑니다.
지름 5~8mm 크기의 이 열매들은 겨울까지도 가지에 매달려 있어,
삭막한 겨울 풍경에 생기를 더해주며 산새들의 귀중한 먹이가 되어줍니다.
열매 끝부분에는 꽃받침이 마른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잎
잎은 서로 어긋나게 달리며,
9개에서 13개 정도의 작은 잎들이 모여 하나의 잎을 이루는
깃꼴겹잎 형태입니다.
작은 잎은 길이 3~6cm, 폭 1~2cm의
길쭉한 타원형 또는 피침형(창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잎의 가장자리에는 날카롭고 잘은 톱니가 규칙적으로 나 있으며,
잎 뒷면은 앞면보다 연한 녹색 또는 흰빛이 돕니다.
가을이 되면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등
다채로운 빛깔로 물드는 단풍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수피와 가지
나무껍질은 대체로 매끄러운 편이며,
회갈색 또는 암회색을 띱니다.
오래된 나무는 껍질이 세로로 얕게 갈라지기도 합니다.
어린 가지는 털이 없으며,
겨울눈은 끈적끈적한 점액질에 싸여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점액질은 추운 겨울 동안 눈(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조경과 활용
마가목은 가을 단풍과 겨울까지 달려있는 붉은 열매가 아름다워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도로변에 조경수로 많이 심습니다.
환경오염에 대한 저항성도 강해 도심지에서도 잘 자랍니다.
또한, 열매와 나무껍질은 예로부터 한방에서 약재로 귀하게 쓰였습니다.
특히 기침, 가래,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이나 신경통, 관절염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열매로 술을 담그거나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합니다.
마무리하며
화려한 꽃과 싱그러운 잎, 그리고 보석 같은 열매까지.
마가목은 한 해 동안 참 많은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나누어주는 나무입니다.
다가올 가을 어느날, 화단이나 공원을 산책하며
붉게 익어가는 마가목 열매를 마주한다면
자연이 주는 작은 선물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팍팍한 일상에 잠시나마 쉼표를 찍어보는
소중한 시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