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42. 모과나무(Chinese Quince)

초록사유 2025. 6. 23. 15:20

42. 모과나무(Chinese Quince)

어릴 적, 아버지 차 뒷좌석 선반에는 늘 커다란 바구니가 놓여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못생겼지만 향기로운 노란 모과가 가득 담겨 있었지요.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은은하게 퍼지던 그 향기는
어린 마음에도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코를 킁킁거리며 그 향을 맡으려 애썼던 기억,
울퉁불퉁 독특한 생김새를 신기한 듯 만지작거리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런데 모과를 대신할 방향제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그 시절의 향긋한 추억의 모과는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것 같습니다.

모과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인 낙엽 활엽 교목으로
장미과, 명자나무 속에 속합니다.
추위에 잘 견디는 편이라 전국 어디서든 재배가 가능하지만
주로 중부 이남 지역에서 과수 또는 관상용으로
심어 가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 높이는 대략 10m 정도까지 자라며,
나무의 폭도 제법 넓게 퍼지는 편입니다.

모과나무의 꽃은 5월경에 잎과 함께 또는 잎이 난 후에 피어납니다.
지름 2.5~3cm 정도의 연한 붉은색 또는 분홍색의 꽃이
가지 끝에 한두 개씩 달려 피어납니다.
다섯 장의 둥근 꽃잎이 마치 수줍은 소녀의 뺨처럼
사랑스러운 색감을 자아냅니다.
꽃받침조각과 꽃자루에는 갈색 털이 촘촘하게 나 있으며,
수많은 수술과 5개로 갈라진 암술대가 있습니다.
언뜻 보면 매화나 벚꽃과 비슷해 보이지만,
꽃의 크기가 더 크고 색이 훨씬 고와 구별이 가능합니다.
이 아름다운 꽃을 보고 있으면,
왜 예로부터 시와 그림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열매

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우리가 잘 아는 모과 열매가 열립니다.
타원형 또는 공 모양의 이 열매는 처음에는 짙은 녹색을 띠다가
9~10월경이 되면 샛노랗게 익어갑니다.
길이는 10~20cm, 지름은 8~15cm에 이를 정도로
제법 큼직합니다.
표면은 울퉁불퉁하고 매끄럽지 않지만,
그 향기만큼은 따라올 것이 없습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못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그윽하고 상쾌한 향기는 모든 단점을 덮고도 남습니다.
열매 속에는 시고 떫은 맛이 강한 과육과 함께
갈색의 작은 씨앗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잎은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어긋나게 달립니다.
잎의 길이는 약 5~10cm, 폭은 3~6cm 정도이며,
잎 가장자리에는 뾰족하고 자잘한 톱니가 발달해 있습니다.
잎의 표면은 짙은 녹색으로 반질반질 윤이 나고,
뒷면은 잎맥 위에 털이 조금 나 있습니다.
특히 어린잎의 뒷면에는 솜털이 빽빽하게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붉은빛이 도는 노란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단풍 또한 볼만합니다.


수피 

모과나무의 또 다른 매력은 수피에 있습니다.
어린 나무의 수피는 비교적 매끄러운 편이지만,
나무가 자라면서 껍질이 조각조각 벗겨져
얼룩덜룩한 무늬를 만듭니다.
붉은 갈색의 속살과 회갈색의 겉껍질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독특한 무늬는 마치 한 폭의 추상화를 보는 듯합니다.
겨울철, 잎이 모두 떨어진 후 드러나는 모과나무의 수피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관상 가치가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어릴 적에는 그저 향기 좋은 노란 열매로만 기억했던 모과나무.
 조경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모과나무의 꽃이 이토록 청초하고 아름다운지,
나무껍질이 저렇게 독특하고 예술적인 무늬를 가졌는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최근 들어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주변에 모과나무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저처럼 그저 열매만 알았던 사람들이
모과나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하나씩
발견해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울퉁불퉁 못생긴 열매 속에 향긋함을 감추고,
화려한 꽃과 독특한 수피로 사계절 내내 볼거리를 제공하는 모과나무.

어린 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나무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게 된 지금, 
 앞으로 더 자주,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