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8. 11:48ㆍ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38. 매화(매실)나무 (Prunus mume)
아직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이른 봄,
용케도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매화다!’ 하고 다가가지만,
막상 꽃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작년에 저기서 봤던 나무가 살구나무였나,
내 기억이 잘못된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지요.
나무를 감별할 때 매화나무와 살구나무만큼 어려운 경우도 드뭅니다.
두 나무를 바로 옆에 두고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 비교해도 구분하기가 어려우니,
다른 점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오기와 부아가 치밀기도 합니다.
장미과 벚나무속에 속하는 낙엽 활엽 소교목인 매화나무는,
우리가 '매실'이라 부르는 열매를 맺는 나무입니다.
아직 한겨울의 냉기가 채 가시지 않아
모든 생명이 잠들어 있을 때
잎보다 먼저 맑고 깨끗한 꽃을 피워냅니다.
꽃
매화는 2~3월, 잎이 나기 전에 먼저 피어납니다.
품종에 따라 흰색, 분홍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의 홑꽃 또는 겹꽃이 피며
지름은 약 2~2.5cm 정도입니다.
매화의 가장 큰 특징은 꽃자루가 없거나 매우 짧아,
마치 꽃이 가지에 바싹 붙어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또한, 은은하면서도 맑은 향기가 매우 진하여 멀리서도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꽃을 받치고 있는 붉은빛이 도는 꽃받침은
활짝 핀 꽃잎 뒤로 완전히 젖혀지지 않고,
꽃잎을 계속 감싸듯이 붙어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살구나무 꽃은 연분홍색 한 가지이며,
매화보다 조금 늦게 피어납니다.
결정적으로 2~4mm 정도의 짧은 꽃자루가 있어
꽃이 가지에서 살짝 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꽃자루 길이와
꽃이 피었을 때 붉은색의 꽃받침이 뒤로 완전히 젖혀져서 있다는 점이
두 수종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서입니다.
잎
꽃이 지고 난 후에 잎이 나옵니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며, 길이는 약 5~10cm 정도의 계란형 또는 넓은 계란형입니다.
잎 끝은 길게 뾰족해지고 밑부분은 둥글거나 넓은 쐐기 모양이며,
잎 가장자리에는 날카롭고 불규칙한 톱니가 있습니다.
살구나무의 잎과 매우 흡사하여 잎만으로 구분하기는 까다롭지만,
자세히 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매화나무 잎이 비교적 갸름한 계란형에 가깝다면,
살구나무 잎은 그보다 폭이 넓어 거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살구나무의 잎자루(잎과 가지를 연결하는 줄기)에는
작고 동그란 돌기 형태의 꿀샘(밀선)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매화나무 잎자루에는 이런 꿀샘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습니다.
열매
우리가 흔히 ‘매실’이라고 부르는 열매는 6~7월에 녹색으로 익습니다.
지름 약 3cm의 동그란 핵과로, 표면에 부드러운 털이 촘촘하게 나 있습니다.
노랗게 익기도 하지만 보통 녹색일 때 수확하여
매실청이나 장아찌를 담급니다.
매실의 가장 큰 특징은 과육과 씨앗이 잘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살구는 열매 표면이 매끄럽고, 과육과 씨앗이 쉽게 분리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수피 및 가지
매화나무의 수피는 흑갈색 또는 어두운 회갈색을 띱니다.
나이가 들수록 껍질이 세로로 불규칙하게 갈라지며 거칠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린 가지는 녹색을 띠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비해 살구나무의 수피는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며,
종이처럼 가로로 얇게 벗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린 가지 또한 매화나무의 녹색 가지와는 달리 붉은빛을 띱니다.
조경에서의 활용
매화나무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전통 정원에서
정자나 담장 곁에 심어 그 운치를 더하고,
창문을 통해 보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경치를 연출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집니다.
구불구불하며 거친 질감을 가진 줄기와 대조되는
여리고 화사한 꽃의 조화는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 작품이 됩니다.
최근에는 현대적인 건축물의 중정이나 옥상 정원에 심어
고목의 질감과 직선적인 건축미의 대비를 즐기기도 하며,
공원이나 넓은 부지에는 여러 그루를 군식하여
이른 봄, 향기로운 매화 군락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매화나무는 기본적으로 햇빛을 매우 좋아하는 양수(陽樹)이므로,
하루 종일 해가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 최적의 장소입니다.
토양은 물 빠짐이 좋으면서도 비옥한 사질양토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내한성이 강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월동이 가능하지만,
이른 봄 꽃샘추위나 늦서리의 피해를 받지 않는
남향이나 동남향의 따뜻한 자리가 꽃을 온전히 감상하기에 좋습니다.
병충해에 비교적 강한 편이나,
통풍이 잘되지 않으면 진딧물이나 깍지벌레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건강한 생육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매화는 선비의 정신,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나무로
우리 조상들의 시와 그림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이는 아마도 모든 것이 얼어붙은 혹한의 계절을 견뎌내고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강인한 생명력 때문일 것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매실을 거두어
매실청을 담그는 것이 저의 작은 연례행사였습니다.
특유의 상큼한 향이 집안에 퍼지면 비로소 여름이 시작됨을 실감하곤 했죠.
그런데 올해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 매실을 들여놓지도 못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어서 서둘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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