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능소화 (Campsis grandiflora)

2025. 6. 5. 20:48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25. 능소화 (Campsis grandiflora)

제가 처음 능소화를 본 건 한 시골집의 담벼락을 지나가던 때였어요.
여름 골목길에 붉은 주황빛 나팔꽃처럼 생긴 꽃이 덩굴을 타고 무성하게 피어 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이름도 생소했고, 꽃이 크고 화려해서 여기까지 외래종이 들어와 잘 크고 있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 전통의 덩굴식물이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어릴 적 추억 속에 있던 꽃이란 것도 그 이후에 알게 되었답니다.

능소화는 어떤 나무인가?

능소화는 엄밀히 말하면 나무라기보다는 덩굴성 낙엽 활엽 식물이에요.
학명은 Campsis grandiflora,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능소화과에 속하며, 중국 남부가 원산이지만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재배되어 왔습니다.
줄기가 나무처럼 목질화되어 줄기만 보면 관목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예로부터 궁궐이나 사대부가의 담벼락을 장식하는 데 많이 사용되어
‘귀한 꽃’이라는 이미지도 강한 편입니다.

능소화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위로 길게 벽이나 기둥을 타고 올라가며 자랍니다.
높이 10m 이상까지 자랄 수 있고, 줄기는 여러 개가 갈라져 퍼지며 해마다 굵어집니다.
오래된 줄기는 코르크처럼 거칠고 회갈색으로 벗겨지는데,
덩굴식물답지 않게 줄기가 꽤 단단합니다.


꽃과 열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능소화의 꽃이에요.
6~8월에 피는 이 꽃은 주황빛에 가까운 붉은색으로, 크기도 보통 6~8cm로 꽤 큽니다.
꽃 모양은 길쭉한 나팔형으로 끝이 네 갈래로 갈라지고,
하나의 꽃줄기에서 여러 송이가 한꺼번에 피어나는 꽃차례 구조라서
굉장히 화려한 느낌을 줍니다.
꽃은 가지 끝에서 원추형으로 달리고,
가지가 아래로 늘어지면서 꽃들도 축 늘어진 형태로 피는데,
그 모습이 마치 물결처럼 담벼락을 타고 흐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열매는 꽃이 진 자리에 길쭉한 꼬투리처럼 생긴 삭과(열매 껍질이 터지며
씨를 퍼뜨리는 열매)가생깁니다.
보통 길이 10~15cm 정도이며,
가을이 되면 익은 열매가 갈라지며 안에 있는 날개 달린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갑니다.

능소화의 잎은 마주나기로 달리며, 홀수깃꼴겹잎입니다.
즉, 하나의 잎줄기(엽축)에 여러 개의 작은 잎(소엽)이 좌우 대칭으로 달리고,
맨 끝에도 하나가 더 달려 있어요.
보통 7~9개의 소엽이 있고, 소엽은 긴 타원형 또는 피침형으로, 길이는 3~6cm 정도이며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습니다.
잎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뒷면은 연한 녹색이며 털은 거의 없어요.


서식지 및 생육환경

능소화는 따뜻하고 습기가 적당한 곳에서 잘 자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서울 등지에서도 양지 바른 곳에서는 무난히 자라는 편입니다.
배수가 잘 되는 사질양토를 좋아하며,
그늘보다는 햇볕이 잘 드는 장소를 선호해요.
담장이나 지지대를 세워주면 더 잘 타고 오르며 성장 속도도 빠른 편이에요.


조경 및 활용

능소화는 담장을 타고 흐르듯 피는 주황색 꽃으로 조경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전통한옥, 궁궐, 한옥마을 등에서 능소화가 피어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을 완성해주죠.
생장력이 강하고, 한 번 자리 잡으면 해마다 잘 피기 때문에 관리도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단,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줄곧 꽃이 피기 때문에
꽃이 지고 나면 주변에 꽃잎이 많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어요.

능소화는 약간의 독성이 있어 피부가 예민한 분이 접촉할 경우 발진이 생길 수 있으니,
다룰 때는 장갑을 끼는 것이 좋습니다.
씨앗으로 번식하기보다는 가지를 꺾어 물꽂이하거나
지면 가까운 덩굴을 꺾어 땅에 묻는 취목 방식이 더 흔히 사용됩니다.


마무리하며

능소화는 생각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를 가진 식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한때 귀한 집 담장을 장식하던 상징성, 화려한 꽃의 형태, 나무 같은 줄기까지
여러 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진 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여름 햇빛 아래에서 담을 타고 흐르듯 피어난 꽃을 보면,
그 강렬한 주황빛에 시선이 절로 끌릴 수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