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4. 20:21ㆍ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23. 눈향나무 (Juniperus chinensis var. sargentii)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다양한 수목이 심겨져 있는데,
최근 수목감별 공부를 하면서 ‘눈향나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름도 낯설고, 흔치 않은 나무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글을 쓰기 위해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지면 가까이에 퍼지듯 자란 줄기, 그 위로 부드럽게 위로 향하는 가지들.
여태까지 무심하게 지나쳤던 이 나무가 바로 눈향나무였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습니다.
눈향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눈향나무는 상록 침엽 관목이에요.
일반적으로 50cm를 넘지 않는 크기로 자라고, 줄기가 땅 위를 기듯 퍼져 나가며,
가지 끝은 살짝 위를 향해 올라가는 독특한 수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인상은 아주 낮은 소나무류 덤불 같고,
바위 틈이나 경사진 땅에서도 잘 붙어 자라요.
줄기는 암갈색이며 시간이 지나면 얇게 벗겨지기도 하고,
포복성이라서 줄기가 바닥에 밀착해 퍼지는 형태를 띕니다.
잎의 구조
잎은 ‘바늘형’과 ‘비늘형’이 함께 존재하는데, 대부분은 비늘형입니다.
바늘형 잎은 보통 침엽수에서 보이는 뾰족하고 단단한 형태인데,
눈향나무의 바늘잎은 생각보다 부드러워 손으로 만져도 찌르지 않아요.
길이는 약 4.1~8.0mm, 너비는 1.1~1.6mm 정도이고, 4열 또는 6열 배열을 이루며
촘촘하게 붙어 있습니다.
반면 비늘잎은 마름모꼴처럼 생긴 잎이 줄기를 감싸듯 밀착되어 있고,
길이는 1.5~3.0mm로 아주 작습니다.
비늘잎의 표면에는 기공선이 정확히 두 줄로 하얗게 표시되어 있는데,
이 선은 수목감별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같은 향나무속이라도 이 기공선의 형태나 배열로 쉽게 구분이 되거든요.
잎은 전반적으로 짙은 녹색이고, 햇빛 아래서 보면 살짝 광택이 도는 느낌도 있습니다.
꽃과 열매
눈향나무는 암수딴그루예요.
수꽃과 암꽃이 각각 다른 개체에 달린다는 뜻이지요.
꽃은 그리 크지 않고, 눈처럼 생긴 ‘구화수’ 형태로 봄(4~5월)에 피는데,
겨울부터 꽃눈이 형성되기 때문에 유심히 보면 겨울에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수꽃은 타원형이고, 암꽃은 구형 또는 타원형으로 각각 다른 위치에 달려요.
수꽃은 가지 중간 정도에 주르르 달리고, 암꽃은 가지 끝에 혼자서 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매는 우리가 흔히 ‘향나무 열매’라고 알고 있는 구과 형태예요.
눈향나무의 구과는 지름 4.4~6.1mm 정도로 작고 둥글며, 성숙하면 흑자색으로 변합니다.
열매는 보통 이듬해 10월경에 성숙하고,
안에는 길이 3~4mm가량 되는 씨앗이 1~4개 정도 들어 있습니다.
수형과 줄기, 가지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줄기의 생김새입니다.
줄기는 바닥을 따라 뻗으며 ‘포복형’이라고 부를 수 있고,
줄기 끝에서는 가지가 위로 들리며 자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닥을 기듯이 퍼져 나가면서도 전체적으로 둥글고 부드러운 실루엣을 가지죠.
줄기의 수피는 연한 적갈색에서 점차 어두운 갈색으로 변하며,
나이가 들면 얇게 벗겨져서 조금은 헝클어진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어린 가지는 부드러운 갈색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질감이 거칠어집니다.
비슷한 수종과의 감별법
눈향나무는 섬향나무와 많이 헷갈립니다.
특히 잎이 비슷하고, 둘 다 향나무류이기 때문에 처음엔 같은 나무로 오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다음과 같은 차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섬향나무는 바늘잎이 딱딱하고 뾰족하여 손으로 만지면 찔릴 수 있지만, 눈향나무는 훨씬 부드럽습니다.
- 눈향나무는 가지가 포복형으로 땅을 기듯이 퍼지며 자라고, 끝만 살짝 위로 올라갑니다.
반면 섬향나무는 키가 더 크고 수직적으로 자라죠. - 비늘잎 표면의 기공선이 눈향나무는 뚜렷한 흰색 2줄로 육안으로도 쉽게 보입니다.
서식지와 생육환경
눈향나무는 고산 지대나 해안 절벽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덕유산, 설악산, 제주도 등 고도가 높거나 바람이 강한 지역에 주로 분포합니다.
특히 바위틈 사이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암석지형에서도 살아남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지요.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성 수종으로, 그늘에서는 잘 자라지 못합니다.
배수가 좋은 사질양토에서 생육이 좋으며,
습한 땅이나 음지에서는 생장이 둔해지거나 병해에 약해질 수 있습니다.
번식과 재배
번식은 씨앗(실생)이나 삽목, 또는 취목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합니다.
삽목은 3~4월 또는 7~8월에 1년생 가지를 잘라서 뿌리내리게 하면 되고,
취목은 가지가 땅에 닿아 스스로 뿌리를 내리는 방식입니다.
실생은 가을에 열매를 따서 모래와 섞어 저장했다가 봄에 파종하면 됩니다.
이식도 잘 되는 편이고, 큰 나무도 옮길 수 있어 조경 수목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조경에서의 활용
눈향나무는 낮게 퍼지는 수형 덕분에 암석원, 화단, 옹벽 위, 공공기관 조경 등에 많이 심습니다.
수형도 보기에 좋고, 병해충에도 강하며, 사계절 푸른 잎을 유지하기 때문에 관리도 쉬운 편이에요.
또한 줄기에서 나는 은은한 향 때문에 방향성 수종으로도 인식되며,
생울타리나 경계 식재, 지면 피복용 식재에도 활용됩니다.
마무리하며
눈향나무는 정말 주변에 많은데도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나무였습니다.
향나무와 똑같이 생겼으니 그냥 익숙하게 지나치기만 했지
존재를 따로 느끼거나 별도의이름을 가진 수종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눈향나무는 담쟁이덩굴처럼 땅을 따라 퍼지고 뿌리내리는 특성을 가집니다.
줄기에서 뿌리를 내리며 스스로 퍼져나간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수종임에도 불구하고
식물들의 생존 전략이 이어져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무심히 지나치던 나무들 하나하나도
각자의 특성을 가진 개별적 존재인 동시에 하나로 이어지는 성장방식이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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