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4. 09:26ㆍ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22. 녹나무 (Cinnamomum camphora)
녹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고 사철 푸르름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녹’이라는 글자가 붙었다고 합니다.
어린 가지가 녹색이라 녹나무라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떤 것에서 유래했든 녹나무는
사계절 내내 싱그러움을 뿜어내는 나무임에는 틀림없나봅니다.
그리고 특이한 것이, 잎이나 줄기, 심지어 뿌리까지 문지르거나 자르면 특유의 향이 난다는 것입니다.
이 향 덕분에 예로부터 향료, 약재, 살충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돼 왔다고 합니다.
단순히 ‘예쁜 나무’를 넘어서, 향기와 생명력을 함께 품은 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녹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녹나무는 녹나무과(Camphoraceae)에 속하는 상록 활엽 교목입니다.
원산지는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전남 남해안 일대 등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중부 이북에서는 노지에서 자라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보기 힘들어요.
성장하면 높이 20~30m, 줄기 지름 1m 이상까지 크게 자라며, 전체 수형은 둥글고 웅장합니다.
오래된 녹나무는 줄기 둘레가 5m가 넘는 경우도 있으며,
일본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되는 수령 1000년 이상의 녹나무도 있다고 합니다.
잎과 줄기의 구조
녹나무의 잎은 타원형 또는 도란형이고, 길이 6~12cm, 폭 3~6cm 정도입니다.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매끄럽지요.
잎의 표면은 짙은 초록색이며 윤이 강하게 나는 반면,
뒷면은 약간 연한 색을 띠고 있어 양면의 색 대비가 뚜렷합니다.
잎맥은 뚜렷하게 3갈래로 퍼지는 구조인데, 기본 맥 하나와 기저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맥이 있고
그 세 맥이 만나는 곳에 샘점이 2개 있습니다.
이 샘점을 보고 녹나무 잎을 생달나무, 참식나무 등의 잎과 구분할 수 있답니다.
수목 감별을 위한 120종의 수목 중에서 사진만으로 보면 팽나무의 잎과도 매우 유사해서,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샘점 유무를 확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잎을 손으로 비벼보면 독특한 상쾌한 향이 나는데,
이것이 바로 캄퍼(camphor, 장뇌)라는 휘발성 방향 물질입니다.
이 향기 덕분에 예전에는 서랍장이나 책장에 말린 녹나무 잎을 넣어 방충제로 활용하기도 했어요.
줄기는 회갈색~회흑색, 수피는 얇고 세로로 살짝 갈라지거나 매끈한 편입니다.
줄기 속에도 정유 성분이 있어서 자르면 향이 퍼지며, 노거수일수록 향이 더욱 짙습니다.
목질이 단단하고 물에도 잘 썩지 않아 예로부터 선박을 제작하거나
불상을 만드는 데에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꽃과 열매
녹나무는 5~6월경, 잎이 무성한 시기에 연노란빛의 작은 꽃을 피웁니다.
크기가 작고 주목받는 외형은 아니지만, 가까이서 보면 섬세한 구조와 함께 은은한 향이 있어요.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여러 갈래로 나뉜 가지 끝에 작은 꽃들이 둥글게 무리지어 피며,
양성화입니다.
열매는 가을~겨울 사이에 익으며, 지름 6~8mm의 구형 핵과입니다.
처음에는 초록빛을 띠다가 점차 검은색으로 익는데,
마치 검은 진주처럼 가지에 맺혀 있어 무척 인상적이에요.
열매 밑에는 꽃받침 잔재가 컵처럼 남아 마치 받침대처럼 보이는 것도 녹나무 열매의 특징입니다.
서식지 및 생육 환경
녹나무는 난대성 수종으로,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좋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주도, 전남 해안지역, 남부 내륙 일부에서만 자생 또는 식재되고 있으며,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겨울 추위로 인해 노지 재배가 어렵습니다.
양지 또는 반음지에서 잘 자라며, 토양에 대한 적응력도 좋아
사질, 점질, 부식토 등에서도 무난하게 생육합니다.
단, 과습한 땅은 피하는 것이 좋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잎이 윤기 있고 생기가 돕니다.
조경에서의 활용
녹나무는 특유의 향기와 잎의 질감, 그리고 우람한 수형 덕분에
조경수로서도 매우 가치가 높은 수종입니다.
주로 제주도, 남부 도시의 공원, 가로수, 절터, 정원 등에서 식재되어 있고,
항균·방충 성분이 있어 도시 환경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다만 겨울 온도가 낮은 중부 지역 이상에서는 생육이 어려워
한정된 지역에서만 활용 가능합니다.
목재는 단단하고 정유 성분이 풍부해 방충 가구재, 제도용품, 수공예품 등으로도
활용되어 왔습니다.
마무리하며
저는 풀냄새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녹나무의 잎과 줄기에서 풍기는 향은 어떤 향일까요?
영문 이름이 캄포인 걸 보니, 한동안 유행했던 캄포도마와 비슷한 향이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사계절 늘 푸른 잎에서 풍기는 향은 아마도 이 나무가 오래도록 사람 곁에서 사랑받아 오는데
한 몫을 했을거라 생각합니다.
남부지역에서 자생하는 수종들이 많다보니 제 주변에서 볼수 없는 나무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올해 안에는 짧은 기간이라도 제주도에 다녀올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수목감별 표준수종 > 수목감별 120종'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 느티나무 (Zelkova serrata) (1) | 2025.06.05 |
---|---|
23. 눈향나무 (Juniperus chinensis var. sargentii) (2) | 2025.06.04 |
21. 노랑말채나무 (Cornus alba 'Aurea') (0) | 2025.06.03 |
20. 노각나무 (Stewartia koreana) (0) | 2025.06.03 |
19. 남천 (Nandina domestica) (2) | 2025.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