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9. 11:45ㆍ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10. 골담초 (Caragana sinica)
전 원래 애니시다를 좋아했어요. 그 노란 화사함이 마치 봄을 알려주는 전령사 같았거든요. 그래서 길가나 공원에서 비슷한 노란꽃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는 했죠. 그런데 수목감별을 공부하면서 ‘골담초’라는 수종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애니시다를 우리말로 골담초라고 부르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조금씩 공부를 해보니, 두 나무는 차이가 있는 수종이더라고요. 애니시다를 양골담초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잎의 생김새나 꽃의 배열, 수형 등 여러 면에서 골담초와는 차이가 있었어요. 오늘은 그렇게 제가 오해했던, 하지만 알고 나면 더 매력적인 '진짜' 골담초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골담초는 키가 1~2m 정도 자라는 낙엽 활엽 관목입니다. 줄기가 땅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서 퍼져 자라는 형태고, 전체 수형은 약간 둥글고 풍성한 느낌이에요. 줄기는 연한 회갈색에서 점차 진한 갈색으로 변해가고, 가지 끝부분은 가늘게 뻗으면서 조금 늘어지는 습성이 있어요.
이 나무는 가지 끝에 날카로운 가시가 1~2개씩 달리기도 하는데, 실제로 ‘골담초(骨擔草)’라는 이름도 뼈처럼 단단하고 가시가 있는 특성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잎의 생김새는?
잎은 ‘홀수깃꼴겹잎’이에요. 말이 조금 어렵게 들리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하나의 잎자루에 작은 잎들이 양쪽으로 나란히 달리고, 끝에 하나가 더 붙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홀수 개가 되는 형태입니다. 마치 깃털처럼 가지런히 배열된 모습이죠. 보통 7~9장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잎은 줄기를 따라 엇갈려 나는데 보통 4개씩 붙어 있습니다. 모양은 거꾸로 된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으로 크기는 1~3cm 정도로 작고 끝이 둥글고 가장자리는 톱니 없이 매끈해요. 잎 앞면은 짙은 녹색에 윤기가 흐르고, 뒷면은 연한 회록색을 띠며 털이 거의 없어서 잎 전체가 말끔하고 깨끗한 인상을 줍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잎자루 아래쪽에 아주 작은 ‘턱잎’이 붙어 있다는 거예요. 4~8mm 크기의 이 턱잎은 꼭 작은 귀처럼 생겼는데 가시로 변한 경우도 많습니다.
꽃 – 봄이면 노란꽃이 터져요
꽃은 4~5월에 피며, 노란 나비 모양의 꽃이 1~2개씩 잎겨드랑이를 따라 핍니다. 모양만 보면 아카시아 꽃과도 비슷하게 생겼어요. 크기는 2cm 안팎이고, 색은 진한 노란색이라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데 한 꽃잎 안에 옅은 색에서 짙은 노랑으로 변화가 있기도 하고 다른 농도의 노색이 섞여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애니시다와 헷갈리기 쉬운 이유가 바로 이 꽃 때문인데요. 애니시다는 주로 5~6월에 피고 꽃이 잎보다 먼저 무리지어 핀다면, 골담초는 잎과 함께 피고 꽃이 하나하나 흩어져 피는 점이 달라요. 또 애니시다는 낙엽 소교목으로 조금 더 직립성이 강하지만, 골담초는 키가 작고 관목 형태입니다.
열매
꽃이 지고 나면 여름~가을 사이에 협과, 즉 콩깍지처럼 생긴 열매가 달립니다. 길이는 약 3~5cm로, 마치 미니 콩깍지 같고 연한 녹색에서 갈색으로 익어가요.
열매 안에는 3~5개의 종자가 들어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꼬투리가 비틀리면서 씨앗을 튕겨내는 방식으로 퍼뜨립니다.
어디에서 자라나요?
골담초는 한국 중북부 지방의 산기슭, 경사지, 공원 등지에서 자생하거나 식재된 것을 볼 수 있어요.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며, 건조에 강하고 생장이 빠르기 때문에 생울타리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한겨울에는 잎이 지고 가지가 앙상해지지만, 이듬해 봄이면 다시 싹이 돋고 노란 꽃이 피어나지요.
조경에서 어떻게 활용될까?
골담초는 번식이 쉽고, 내한성과 내건성이 모두 좋아서 관리가 수월한 수종이에요. 봄에 피는 노란 꽃은 시각적 포인트가 되며, 생울타리나 저경계 식재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특히 자연풍경을 강조하는 조경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가시성도 좋습니다.
마무리하며
골담초는 처음엔 애니시다와 비슷하게 생겨서 같은 나무인 줄 알았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들여다보다 보니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나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화사한 노란 꽃이 피는 시기도 조금 다르고, 잎의 모양도 턱잎 하나까지 차이를 느낄 수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골담초는 도심에서는 보기 쉽지 않아서인지, 한 번 눈에 익혀두면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더 반가운 나무가 되는 것 같아요. 예쁘다고만 생각했던 꽃이, 이제는 이름을 알고 구조를 알고 계절을 알게 되었으니 훨씬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요.
수목감별을 공부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익숙하지 않았던 나무들과 하나하나 친구가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는 거예요. 골담초도 이제 제게 ‘아는 나무’가 되었으니, 언젠가 산책길이나 옛집 마당 어귀에서 다시 마주친다면 꼭 한번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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