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8. 21:48ㆍ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8. 개오동 (Catalpa ovata)

수목감별 공부를 하다 보면 “이거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싶은 나무들이 종종 있어요. 저에게 개오동이 그랬습니다. 생김새만 보면 “오동나무 아니야?” 하고 지나치기 쉽지만, 알고 보면 전혀 다른 나무였어요. 이번에는 개오동의 외형적 특징과 감별 포인트를 중심으로, 제가 관찰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개오동(Catalpa ovata)은 능소화과(Bignoniaceae)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입니다. 중국 원산이지만, 우리나라 중부 이남 지방에서도 많이 식재되고 있죠. 빠르게 자라고 키도 잘 커서, 보통은 10~15m 정도까지 자라요. 줄기는 곧고 가지는 넓게 퍼지며, 전체적인 수형은 타원형 또는 반구형에 가까워요.
도시 공원, 학교 울타리, 주택가 골목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특히 여름철에 넓은 잎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환경 적응력이 좋아 도심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는 강한 수종이에요.
잎

개오동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잎의 크기와 형태입니다. 잎은 마주나고, 일반적인 타원형이 아니라 심장형 또는 손바닥처럼 3갈래로 갈라진 형태를 해요. 길이는 15~30cm, 너비도 15~25cm에 이를 정도로 정말 큽니다. 자주빛은 띠는 잎자루도 굵고 길게 늘어져서 나무 전체가 무성해 보이죠.
잎의 표면은 연한 녹색에서 진한 녹색까지 있고, 만져보면 살짝 거칠면서도 털이 촘촘하게 나 있어요. 잎 뒷면도 마찬가지로 털이 많고, 맥이 선명하게 도드라져 있어요. 털이 없는 오동나무와는 이 부분에서 확연히 다릅니다.
꽃

꽃은 6월에서 7월 초 사이에 피는데, 나무 끝 가지에 모여 핍니다. 전체적으로 원추화서를 이루고 있고, 하나하나의 꽃은 나팔꽃 모양처럼 생겼어요. 색은 연노란색인데, 안쪽에는 자주색 줄무늬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 줄무늬는 벌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지름 2~3cm 정도로 제법 큰 꽃들이 모여 있어서, 멀리서도 눈에 띄는 편이에요. 꽃은 잎보다 다소 늦게 피기 때문에, 커다란 잎들 사이로 노란 꽃이 드문드문 보이는 모습이 꽤 인상적입니다.
열매

개오동 열매는 길이 20~40cm 정도의 길쭉한 콩깍지 모양으로, 줄기에서 아래로 주렁주렁 달리는 게 아주 눈에 띕니다. 처음엔 녹색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갈색으로 변하면서 씨앗을 품은 채 겨울까지도 가지에 달려 있어요.
열매 안에는 양쪽에 날개가 달린 납작한 씨앗이 들어 있어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지죠. 바람에 의한 자연 확산력이 좋기 때문에 한 번 심으면 번식도 꽤 잘 되는 편입니다.
개오동은 어디서 자라나?
원래는 중국 남부 원산이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남부지방과 중부 이남에서도 흔히 볼 수 있어요.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성 수종이며, 배수 잘 되는 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도시 환경에도 잘 적응하고, 내한성도 중간 이상이라 서울, 대전, 전주 등 도시 중심에서도 쉽게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조경에서의 활용
개오동은 크고 빠르게 자라는 나무라 조경용으로도 많이 쓰입니다. 넓은 잎이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줘서 학교나 공원, 놀이터 같은 공간에서 자주 볼 수 있어요. 꽃도 예쁘고 열매는 길쭉해서 시각적으로도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나무 하나만으로도 공간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수종이에요. 병해충에도 강한 편이라 특별히 손이 많이 가지 않고, 도심에서도 잘 자라서 유지 관리가 쉬운 것도 장점이에요.
마무리하며
길을 걷다 보면 가끔 개오동나무와 마주칩니다. 하지만 그 크고 넓은 잎, 줄무늬 들어간 나팔꽃 모양의 꽃, 길쭉하게 달리는 열매를 보고도 별 감흥없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죠. 이렇게 눈에 띄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예요.
수목감별을 준비하며 나무를 관찰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동안은 너무 당연하게 스쳐 지나간 풍경들을 새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개오동도 그런 나무 중 하나였고요. 낯익은 모습 속에 이렇게 다양한 특징들이 숨어 있는걸 몰랐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주변의 평범한 나무들을 하나씩 제대로 알아가며, 일상에서 마주치는 풍경이 조금 더 다정하게 느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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