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광나무 (Ligustrum japonicum)

2025. 5. 30. 08:31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12. 광나무 (Ligustrum japonicum) 

제가 산책을 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관목 중 하나는 쥐똥나무입니다. 주택가 울타리나 공원 길가, 학교 담장 아래 등 어디서나 손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죠. 처음 광나무의 사진을 보았을때, 전 쥐똥나무의 다른 이름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만큼 꽃이나 잎, 열매의 모습이 똑같은 수종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사진으로 접했을 때의 생각일 뿐, 수목감별을 공부하면서 광나무에 대해 알게 되고 나니 여러 면에서 쥐똥나무와 꽤 다른 식물이더라고요. 


광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광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활엽 관목 혹은 소교목입니다. 키는 보통 2~5m 정도까지 자라며, 줄기는 아래쪽에서 여러 개로 갈라지면서 위로 퍼지는 형태로 자랍니다. 가지가 매우 촘촘하게 나와서 전체 수형이 풍성하게 보이는데, 이 점 때문에 울타리용 식재로 자주 사용되기도 합니다.


광나는 잎

잎은 마주나기로 붙고, 두껍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길이는 5~10cm 정도로, 넓은 타원형부터 도란형까지 다양한 모양을 띠며, 끝은 뾰족하고 밑은 좁아져서 잎자루로 이어지죠. 표면은 진한 녹색에 광택이 강하고, 뒷면은 연한 녹색입니다. 잎 양면 모두 털이 없어 매끈한 질감이고요.

이렇게 윤기가 강한 잎 때문에 ‘빛날 광(光)’자를 써서 ‘광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보던 쥐똥나무와 비교해보면, 쥐똥나무는 잎이 좀 더 작고 질감이 얇고 광택도 덜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꽃과 열매

광나무는 6월에서 7월 사이에 흰색의 작은 꽃을 풍성하게 피웁니다. 꽃은 가지 끝에 원추형으로 모여 피고, 가까이 다가가 보면 은은한 향기가 나요. 꽃잎은 4갈래로 갈라진 길쭉한 통 모양이고, 전체 꽃차례는 위로 길게 올라가며 부드럽게 퍼져 있는 모양이에요.

가을이 되면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는데, 광택 있는 검은색의 작고 둥근 열매예요. 지름은 약 7~9mm 정도이며, 익을수록 점점 더 짙은 자주빛을 띠게 됩니다. 이 열매는 겨울까지 가지에 남아 있어 조류의 먹이 역할도 하고요.

제가 익숙한 쥐똥나무의 열매는 이름처럼 정말 작고 단단한 느낌이라면, 광나무의 열매는 크기도 더 크고 광택이 도는 등 시각적으로 더 두드러집니다. 또 쥐똥나무보다 더 오래 열매가 남아 있어서 겨울 풍경에서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어디에서 자라나?

광나무는 제주도와 남부 해안 지역에 자생하는 한국 특산 식물이에요. 따뜻하고 습한 기후에서 잘 자라며, 해풍이나 염분에도 강해서 바닷가에서도 거뜬히 견딥니다.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성 수종이라 그늘보다는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훨씬 더 잘 자라지요. 제가 사는 중부지방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식물이더라구요.


조경에서의 활용

광나무는 보기에도 예쁘고 관리도 쉬운 편이라 조경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반질반질한 광택 있는 잎과 치밀한 수형 덕분에 생울타리나 경계 식재에 널리 쓰여요. 병해충에도 강하고, 사계절 내내 잎이 떨어지지 않아 항상 푸른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또한 꽃과 열매 모두 관상 가치가 높아서 소형 정원이나 수목원 등에서도 포인트 식재용으로 많이 활용됩니다. 번식은 주로 꺾꽂이로 하며, 생장 속도도 무난한 편이기 때문에 관리가 까다롭지 않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똑같아 보이던 식물이 알고 보니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단편적인 지식이나 시야만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세상을 봐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실제로 보지는 못하고 사진이나 글로만 접했던 광나무의 빛나는 잎을 제주도의 햇살 아래에서 직접 보고, 손으로 살짝 만져볼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