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남천 (Nandina domestica)

2025. 6. 2. 20:51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19. 남천 (Nandina domestica)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붉은 색으로 풍경을 멋스럽게 만드는 나무가 있습니다. 
초록초록하던 작은 잎들이 붉게 물들어 익어가는 가을을 알려주기도 하고
빨갛고 동그란 작은 열매가 차가운 겨울에 온기를 줍니다.

크고 화려한 나무는 아니지만 성근 잎들이 여유로운 남천은
사계절 내내 옆에서 조용히 서서
우리의 하루하루를 함께하고 응원하는 모습입니다.

남천은 어떤 나무일까?

남천은 쥐손이풀목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상록 활엽 관목입니다.
남쪽 천상의 나무라는 뜻에서 '남천(南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영문명도 같은 의미로
"heavenly bamboo"라고 불립니다.
실제로는 대나무와 전혀 관계없지만,
잎의 형태가 죽엽(대나무잎)처럼 가늘고 길게 갈라져 있어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중국이 원산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남부지역과 제주도에 자생하거나 식재된다고 하는데,
요즘은 중부지방에서도 흔히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정원이나 절, 공원, 묘지 등 다양한 공간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며,
겨울철 붉은 열매가 인상적이라 조경용으로 매우 인기가 많습니다.
전체적인 크기는 1~2m 내외로 자라며,
수형은 위로 곧게 자라기보다는 부드럽게 퍼지는 형태를 보입니다.

잎의 구조와 계절에 따른 변화

남천의 잎은 홀수깃꼴겹잎입니다.
하나의 큰 잎자루에 여러 개의 소엽이 좌우로 붙어 있고, 맨 끝에 홀수 하나의 소엽이 더 붙는 구조예요.
소엽은 타원형 또는 피침형이며 끝이 좁아지는 구조를 하고 있고,
보통 7~13개 정도가 한 잎을 구성합니다.
길이는 약 2~6cm 정도로 작고, 잎 표면은 광택이 있는 진녹색입니다.
잎자루에는 작은 턱잎이 있어 구분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건 계절에 따라 잎 색이 바뀐다는 점이에요.
봄에는 연녹색, 여름에는 짙은 녹색, 가을에는 붉은빛을 띠며,
겨울에는 진한 적갈색 또는 자주색으로 물듭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남천이 낙엽수라고 착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상록수랍니다.

꽃과 열매

남천의 꽃은 6~7월에 피고, 흰색의 작은 꽃들이 원추화서로 모여 피며 가지 끝에 뭉쳐 나타납니다.
꽃은 지름 약 6mm 정도로 작고 단정하며, 꽃잎은 6장이며 수술은 6~9개입니다.
암술은 1개로,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지며 곤충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집니다.
꽃 자체는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잎 사이에 작고 하얗게 피어 있는 모습이
매우 단정하고 고요한 인상을 줍니다.

가을이 되면 꽃이 진 자리에 작고 둥근 붉은 열매가 맺힙니다.
열매는 ‘장과(berry)’ 형태이며, 크기는 지름 5~7mm 정도로 표면이 매끈하고광택이 있습니다.
붉은 열매는 초겨울까지 가지에 달려 있고,
추운 겨울에도 쉽게 떨어지지 않아 조류의 겨울철 먹이로도 활용됩니다.
그래서 겨울 정원에 색감을 더해주는 역할도 하지요.

열매는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인체에는 독성이 있어 섭취하면 안 됩니다.
특히 아이나 애완동물이 있는 가정에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줄기와 수형

남천의 줄기는 밑동에서 여러 개가 갈라져 올라오며, 전체적으로 가지가 성글게 자랍니다.
줄기의 색은 회갈색이며, 수피는 매끄럽고 비늘처럼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줄기와 가지는 얇고 유연하며 바람에 따라 부드럽게 흔들리는 성질이 있습니다.
수형은 다소 자유롭게 퍼지는 형태로,
가지 끝까지 잎이 빽빽하게 달려 있어 전체적으로 풍성한 인상을 줍니다.

줄기 하나하나를 보면 곧고 단정하지만,
전체 수형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곡선을 이루며 자랍니다.
그래서 절제된 조경에도 잘 어울리고, 자연스러운 정원 풍경에도 잘 스며드는 나무입니다.

서식지와 생육 환경

남천은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좋아합니다.
내한성은 다소 약해 우리나라 중부 이상 지역에서는 월동이 어려운 편이며,
남부 지방이나 제주도에서는 노지월동이 가능합니다.
반음지에서도 잘 자라며, 강한 직사광선보다는 적당한 햇볕과
그늘이 공존하는 환경이 이상적이에요.

토양은 배수가 잘 되면서도 유기질이 풍부한 곳에서 가장 건강하게 자라고,
바람을 막아주는 위치에 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겨울철 찬바람에 노출되면 잎 끝이 마르거나 열매가 일찍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약간 보호된 장소에 식재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조경에서의 활용

남천은 수형이 단정하고, 계절에 따라
잎과 열매 색이 바뀌기 때문에 정원, 공원, 묘지, 사찰, 학교 등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됩니다.
특히 붉은 열매와 겨울철 단풍이 아름다워서 관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개체 크기가 크지 않아 소규모 정원에도 잘 어울리고, 생울타리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식이 쉬운 편이며 병해충에도 비교적 강한 편이라 유지 관리가 어렵지 않아요.
다만 과습에는 약한 편이라 물 빠짐이 좋지 않은 토양에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번식은 주로 종자 번식이나 꺾꽂이(삽목)로 이루어지며,
종자 발아율도 높은 편이고 삽목도 잘 되기 때문에 대량 증식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조경수 시장에서도 남천은 안정적인 수요를 가진 수종 중 하나예요.

마무리하며

남천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한 구석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한 번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계절마다 색이 달라지는 잎, 겨울 내내 달려 있는 붉은 열매,
잎 하나하나의 단정한 형태까지 그 조용한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남천은 정원의 주인공보다는 조용히 배경을 채워주는 조연 같은 수종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추워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겨울에도 열매를 지켜내는 남천처럼,
조용하지만 단단한 나무들이야말로 우리가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존재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