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감나무 (Diospyros kaki)

2025. 5. 27. 07:48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4. 감나무 (Diospyros kaki)

감나무는 어릴 때부터 참 익숙한 나무였습니다. 시골 외갓집 마당에도 있었고, 가을만 되면 주황색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웠지요. 그런데 수목감별을 준비하면서 다시 감나무를 들여다보니, 그동안은 겉모습만 보고 지나쳤구나 싶었습니다. 익숙하다고 해서 안다고 착각했던 나무, 감나무를 오늘은 구조적으로, 하지만 어렵지 않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감나무는 감나무과(Ebenaceae)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입니다. 나무 높이는 보통 5~10m 정도로 자라며, 수형은 반구형으로 가지는 전체적으로 성글게 퍼지는 편이지요. 줄기는 곧게 서고, 수피는 흑갈색~회흑색인데, 오래될수록 코르크처럼 거칠게 갈라집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세로로 쪼개진 듯한 패임이 느껴지고, 촉감도 꽤 거친 편입니다.


잎의 구조

잎은 어긋나며, 전체적으로 넓은 타원형 또는 도란형입니다. 한 장 한 장이 크고 두툼하지요. 길이는 7~17cm, 폭은 4~10cm 정도이며, 끝은 뾰족하게 날카롭고 밑은 둥글거나 넓게 퍼진 형태입니다. 잎 가장자리는 톱니가 없이 완전히 매끈합니다.

앞면은 진한 초록빛에 윤기가 도는데, 마치 광택 낸 것처럼 반짝이고, 두껍고 단단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뒷면은 연한 회녹색에 가까우며, 잎자루에는 짧고 가느다란 털이 보입니다.

잎자루는 5~15mm 정도로 짧은 편이며, 색은 연한 갈색이나 녹갈색을 띱니다. 이 잎 하나만 보아도 ‘아, 이건 감나무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특징이 뚜렷합니다.


꽃과 열매 – 우리가 잘 아는 모습

꽃은 5~6월에 피며, 수꽃은 지름 1cm 정도로 작고, 여러 개가 잎겨드랑이에 모여 핍니다. 수술은 16개쯤 되고요. 암꽃은 연한 노란빛에 가까운 황백색이며, 길이는 약 15mm 정도로 수꽃보다 조금 더 크고 보통은 단독으로 피지요. 암술머리는 4개로 갈라지고, 수술은 퇴화된 상태로 일부 남아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감나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열매입니다. 가을이 되면 지름 4~8cm 정도 되는 주황색 장과가 주렁주렁 열리는데, 크기도 크고 색도 선명해서 아주 눈에 잘 띄지요. 둥글거나 약간 납작한 모양이며, 아래쪽을 보면 커다란 꽃받침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감은 단감과 떫은감으로 나뉘는데, 단감은 보통 씨가 없고, 떫은감은 씨가 있습니다. 떫은감은 주로 곶감으로 많이 가공되고요. 둘 다 감나무에서 나오지만 열매의 성숙도나 품종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수피와 가지

감나무 줄기는 성목일수록 코르크화가 심해져서 세로로 불규칙하게 갈라집니다. 저는 이 갈라진 수피가 마치 딱딱한 껍질처럼 들떠 있는 게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가지는 갈색이고, 1년생 가지는 특히 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관은 전체적으로 둥글고 가지는 성글게 퍼져 있어서, 다른 나무에 비해 훨씬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감나무는 어디에서 자랄까?

감나무는 중국이 원산이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식재되거나 반야생으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부 이남 지방에서 더 흔하며,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는 과실 품질이 더 좋아 재배도 활발하지요. 해안가 마을이나 계곡 근처에서도 잘 자라며, 햇빛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양수성 수종입니다.

토양은 특별히 가리지 않지만, 배수가 잘 되고 유기질이 풍부한 사질양토에서 생장이 더 좋습니다. 다만 내한성은 중간 정도라서 추운 지역에서는 어린 나무가 동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활용될까?

가장 널리 알려진 활용은 당연히 과실이지요. 단감은 생과로 먹고, 떫은감은 곶감으로 말려 먹거나 감식초처럼 가공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감잎차나 감잎 화장품처럼 잎을 이용하는 경우도 생겼고요. 정원수나 조경수로도 활용되는데, 특히 가을철 단풍이 아름다워서 감나무 한 그루만으로도 분위기를 크게 바꿔줍니다.

목재는 단단한 편이지만, 과수로서의 활용 가치에 비해 목재로 쓰이는 경우는 드뭅니다. 주로 소형 기구나 생활 소품 등에 사용됩니다.


감나무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나무지만, 그동안 저는 감나무를 과실수로만 생각했지 조경수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수목감별 공부를 하면서 다시 감나무를 보게 되니까, 단순히 열매를 맺는 나무 그 이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잎은 크고 윤기가 나고, 가지는 성글게 퍼져 수형도 단정하고 예쁩니다. 무엇보다도 가을이 되면 단풍과 함께 주황색 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누군가 정원에 나무를 한 그루만 심고 싶다고 한다면, 저는 감나무도 충분히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목감별 시험을 위해 시작한 공부였지만, 이렇게 주변 나무들을 다시 바라보고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 오히려 더 재미있고 보람 있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그냥 스쳐 지나치던 나무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자주 가져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