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금송 (Sciadopitys verticillata)

2025. 5. 31. 12:42수목감별 표준수종/수목감별 120종

15. 금송 (Sciadopitys verticillata)

금송은 처음 봤을 때 그저 소나무의 한 종류려니 생각했어요.
특히 곰솔이나 소나무처럼 바늘잎이 촘촘히 퍼져 있는 모습을 보면, 어디가 어떻게 다른 건지 도통 구분이 가지 않더라고요.
실제로 곰솔의 가지도 우산처럼 펼쳐진 모양이 많아서, 금송 특유의 ‘우산살 잎’이라는 말도 처음엔 잘 와닿지 않았어요.

당시엔 소나무와 곰솔의 차이도 잘 모르던 때라, 당연히 금송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 리가 없었죠.
그런데 수목감별 공부를 하면서 하나하나 비교해보고, 잎과 수형, 전체적인 분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다 보니 어느 순간 금송만의 독특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이제는 금송만 보면 바로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줄기와 수형 

금송은 줄기가 곧게 올라가며, 수형이 전체적으로는 원뿔형 또는 단정한 탑 모양을 이룹니다.
키는 성숙 시 15~30m까지 자랄 수 있으며, 가지는 수평으로 규칙적으로 퍼져 나무의 외형이 매우 단정하고 안정된 인상을 줍니다. 가지는 층층이 배열되어 있고, 특히 각 층이 고르게 형성되어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우산을 겹겹이 펼쳐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줄기의 색은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며, 나무가 자라면서 얇은 비늘 모양으로 수피가 세로로 얕게 벗겨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단 줄기는 상대적으로 매끈하고 가지는 비교적 드문드문 달려 있어 전체적인 수형의 윤곽이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잎의 특징 

금송 잎은 소나무처럼 생겼지만, 확실히 다릅니다.
우선 바늘잎이 두 가닥씩 쌍을 이뤄서 묶여 있고, 그 잎이 짧은 가지 끝에서 동그랗게 돌려나는 모양이에요.
멀리서 보면 우산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금송을 우산소나무(Umbrella pine)라고도 부릅니다.

잎의 길이는 보통 7~13cm로 꽤 길고, 색은 일반 소나무의 짙은 청록색과는 달리 연한 황록색 또는 연두색에 가까운 밝은 톤이에요. 특히 봄에 새순이 올라올 때 그 연두빛이 눈에 띄게 선명해서 다른 소나무와 확연히 구분됩니다.  

잎의 끝은 뾰족하지만 날카롭지 않고, 단단하고 표면은 살짝 거칠어요.
손으로 만지면 빳빳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유연한 감도 있어요.
잎은 겉보기엔 하나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두 잎이 붙은 형태이고 가지에 돌려나듯 배열되기 때문에
전체 수형도 아주 독특하게 보입니다.


꽃과 열매

금송은 3~4월경 봄에 꽃이 피는데, 암수한그루 식물이라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각각 따로 핍니다.
다만 침엽수 특성상 일반적인 화초처럼 화려한 모양은 아니고, 눈처럼 생긴 구과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요.

수꽃은 작고 둥근 공 모양으로 가지 아래쪽에 다닥다닥 모여 달리고, 노란빛이 도는 색입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꽃인지 모를 정도로 크기도 작고 단정하게 자리 잡고 있지요.
반면, 암꽃은 가지의 끝부분에 단독으로 타원형 형태로 달립니다.
꽃잎처럼 퍼지거나 벌어지는 구조는 없고, 그 자리에 바로 열매인 구과가 자라나게 됩니다.

열매는 우리가 흔히 솔방울이라고 부르는 구과입니다.
금송의 구과는 일반적인 소나무류와도 확연히 구별되는데요,
난상 타원형으로 생겼고 크기는 길이 8~12cm, 너비 약 2.5cm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연한 녹갈색을 띠다가 시간이 지나며 갈색으로 익어갑니다.
열매는 바로 열리지 않고, 2년에 걸쳐 성숙한 후 가을(10~11월경)에 완전히 익습니다.

이 구과는 가지 위에 수직으로 바로 서는 형태로 달리며, 안쪽에는 길이 약 1.2cm 정도 되는 종자가 6~9개 들어 있습니다.
종자에는 얇은 막질의 날개가 달려 있어 바람에 날려 퍼질 수 있게 되어 있죠.
이처럼 금송의 구과는 수직으로 서 있고,
겉면의 비늘조각(인편)은 둥글고 단단하며 끝이 뾰족하지 않고 둥글게 오그라든 형태입니다.

꽃도 열매도 크고 눈에 띄는 구조는 아니지만, 잘 살펴보면 금송만의 정갈하고 단단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특히 구과는 다른 소나무류보다 크고 육중한 느낌이 있어서,
가지 끝에 하나씩 달린 모습이 마치 나무에 달린 장식처럼 보이기도 해요.


어디에서 자랄까?

금송은 원래 일본의 혼슈 이남 산지에 자생하던 특산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조경용으로 도입되어 심어지고 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해발 700~1,200m의 경사진 암석지대에서 자라는 편입니다.

이 나무는 전형적인 음수성 수종으로 그늘이나 반그늘 환경에서 더 잘 자랍니다. 묘목일수록 직사광선에 민감해서 양지에서는
생장이 저해될 수 있으니 초기 식재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어느 정도 성목이 되면 양지에서도 자라긴 합니다.

토양은 배수가 잘 되고 부식질이 풍부한 곳을 선호하며, 사질토나 점토질 등 토질에는 큰 까다로움이 없지만
습하거나 물이 잘 고이는 토양에서는 생육이 부진할 수 있어요.


조경에서의 활용

금송은 그 특유의 밝은 잎 색과 단정한 수형 덕분에 독립 수목으로 매우 인기가 있습니다. 크고 시원한 수형은 도시의 공원, 학교,
절 주변, 골프장 등에서 포인트 식재로 활용되며, 시각적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줍니다.
특히 봄철 연한 황록색의 신엽이 돋는 시기에는 다른 상록 침엽수와 확연히 대비되는 아름다움을 선사하죠.

소나무나 곰솔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그 형태가 보기 드물고 아름다워
일반 가정집보다는 대형 조경지에서 단독 수목으로 식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식이 어렵고 생장이 더디며, 묘목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조경 초보자보다는 전문가나 수목원 등에서 주로 다루는 수종이에요.

목재로서의 활용도는 높지 않으며, 주로 조경수로서의 가치에 집중됩니다.


마무리하며

금송은 분명 익숙한 듯 낯선 나무입니다.
소나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르게 생겼고, 특히 잎의 배열과 색은 금송만의 독특함을 그대로 보여주지요. 

봄철, 연한 황록색 새잎이 퍼질 때 한 번만 눈여겨보세요.
다른 침엽수들과는 확실히 다른, 금송의 개성이 확연하게 느껴질 거예요.